何恨三逕荒庭前有時菊遊人携酒來不必悲孤獨. 어찌 삼경이 황폐해졌다고 한탄하랴. 뜰앞에 국화가 피어 있을때 방랑자는 술을 가지고 오네. 고독이 반드시 슬픈것만은 아니다...
秋風唯苦吟世路少知音窓外三更雨燈前萬里心. 가을바람속에 괴롭게 시만 읊노라. 이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별로 없고 창문 밖에 내리는 한밤중의 빗소리 듣노라니 등잔앞에서 만리밖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 마음.....
野幕蔽瓊筵羌戎賀勞旋醉和金甲舞雷鼓動山川. 들판 막사엔 아름다운 잔치로 뒤덮이고 서녘 오랑캐들도 승리하고 돌아옴을 축하한다. 취하여 금갑무로 춤추며 잔치하니 우뢰같은 북소리 산천을 울린다.
客路春風發興狂每逢佳處卽傾觴還家莫愧黃金盡剩得新詩滿錦囊. 여로에 봄바람 만나니 미친듯이 흥이 절로 나서 좋은 경치 만날 때마다 술잔을 기울였네. 집에가서 황금 다 떨어졌다고 부끄러워 말자. 금낭 가득 새로운 시 넉넉히 얻었으니...
滿樹春紅泣露華映門垂柳欲藏鴉作詩亦是妨眞興閑看東風掃落花. 나무에 가득한 붉은꽃 이슬의 화려함에 울고, 문에 드리운 버들빛은 까마귀를 숨기려 한다. 시를 짓는 것 역시 참된 흥취에 방해가 되어 한가하게 봄 바람에 쓸려가는 떨어진 꽃잎을 본다.
寵利毋居人前德業毋落人後受享毋踰分外修爲毋減分中.은총과 이익되는 일에는 남보다 앞서지 말 것이며, 덕업을 쌓는 일에는 남보다 뒤지지 마라. 남으로부터 받는 일에는 분수를 넘어선 안되고 남을 위해 닦고 행하는 일에는 분수를 줄여서는 안된다.
靜坐南臺上觀空不是空勿拘聲色外寧墮見聞中湛湛秋潭月亭亭雪嶺松玄關搥擊碎方得震禪風. 남대위에 좌정하고서 空(공)이 곧 공 아님을 觀(관)하고 있네. 소리와 빛 밖에 구애되지 말고 차라리 보고 듣는 그 가운데에 떨어지게. 담담하기는 가을 연못에 비친 달과 같고 정정하기는 눈 덮인 고개 소나무와 같구나. 현관을 망치로 쳐부수어야 비로소 선풍을 떨칠 수 있으리...
盧家少婦鬱金香海燕雙棲玳瑁梁九月寒砧催木葉十年征戍憶遼陽白狼河北音書斷丹鳳城南秋夜長誰爲含愁獨不見更敎明月照流黃. 노씨네 젊은 부인 울금향 규방에서 색색깔 대모 기둥 위에 한쌍의 바다제비처럼 살았었다. 구월 차가운 다듬이질 소리 낙엽을 재촉하고 십년 군대 생활에 요양 땅 생각한다. 백랑하 북쪽에서는 편지도 끊어지고 단봉성 남쪽엔 가을밤이 길기도하다. 누가 근심 때문에 혼자 못 본다고 했나. 더욱이 밝은 달에게 유황을 비추게 하나...